생각 노트 (6) 썸네일형 리스트형 [생각 노트 06] 서울이 싱가포르에서 정말 배워야할 것들 싱가포르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과는 다른 몇가지 모습들이 보인다. 그 중 하나는 휠체어를 탄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대중 교통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이 조그만 도시 국가에도 이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들과 잠시 서울로 돌아 왔을 때, 이것이 장애인이 많고 적음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딸 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다닐 때였는데, 서울 지하철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이렇게 힘들 일인 줄은 몰랐다. 싱가포르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게 너무 편하다. 인도 폭도 넓고, 건물입구에는 경사로가 잘 계획되어 있어서 유모차에서 내릴 일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 [생각 노트 05] 영어면접 그리고 작은 깨달음 난양공대에서 3학기 동안 튜토리얼 (Tutorial 소규모 그룹 강의)을 진행했다. 정확히 말하면 튜토리얼 강의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영어권 대학에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었다. 한국 대학에서 영어 전용 강좌를 몇번 들은 적은 있었지만 어떻게 영어로 강의를 하는지 전혀 감이 없없다. (그 강의를 통해 내가 알게 된 건 영미권 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다고 다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첫 학기 수업은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연구실 동료들에게 나의 감정상태가 수업 전날은 "분노" 수업 날은 "긴장" 수업 다음 날에는 "좌절"이라고 농담반 진담반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3학기 동안 수업을 진행하니 잘하지는 못했지만 영어로 .. [생각 노트 04] 누군가 교수가 되는 길을 묻는다면 내가 박사학위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2009년 2학기 무렵이었다. 지금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 큰 포부가 있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졸업 때 취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취업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맘 한켠에 왠지 취업을 하면 회사 생활에 잘 적응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자명했다. 나는 회사 생활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내 적성에 맞는 일은 공부라고 생각했다.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공부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박사가 되고 싶었고, 나중에는 교수라는 멋져 보이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해외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금전적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국.. [생각 노트 03] 나를 위하는 가장 나쁜 방법 세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살아간다. 내가 남들보다 편하기 위해서, 내가 남들보다 더 잘나기 위해서,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지기 위해서 계속 고민하고 또 노력하며 산다. 요즘들어 "정말로 자신을 위하는 삶"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 끝에 "나를 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는 정확히 결론 내릴 수는 없었지만 "가장 나쁜 방법"은 명확히 알 것 같았다. 내가 결론내린 "나를 위하는 가장 나쁜 방법"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사는 것"이다. 자신만 위하는 이기적인 사람은 처음에는 남들보다 잘나가고 빨리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의 질투와 미움을 산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사람 주위에 몇 사람 남지 않게 된다. 살면서 그런 사람들을 몇몇 보.. [생각 노트 02] 우리의 일상 속에서 내면화된 자본화 예전에 어느 대중 사회과학서를 읽다가 어떤 한 문장을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 나지는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국 우리의 계급은 하나다. 그것은 자본가이다."라는 단순한 문장이었던 것 같다. 보통 사회과학서에서는 현대의 사회 계급을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계급이 하나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이어지는 글을 읽어보니 그 문장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글쓴이가 보기에는 현대인들은 모두 "내면화된 자본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계산하여 그것에 따라 서열을 매긴다. 또 그것을 위해서 남을 착취하는 일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카드회사 광고 카.. [생각 노트 01] 결국 연구자도 작가다. 지금 2018년.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 먹고 박사과정을 시작해 지금까지 8년 정도가 되어간다. 8년이라는 시간은 짧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나의 직업은 연구자다. 솔직히 아직도 "연구자"라는 말은 조금 낯간지럽다. 좀 거창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단지 연구를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지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나도 연구소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연구자(과학자, 공학자)라고 하면 수학 공식들을 거침없이 적으면서 문제를 풀어가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그런 모습도 연구자의 한 단면일 것이다. 수학적 공학적 능력이 뛰어난 연구자는 좋은 공학 연구자는 될 좋은 자질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