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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노트/생각

[생각 노트 01] 결국 연구자도 작가다.



지금 2018년.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 먹고 박사과정을 시작해 지금까지 8년 정도가 되어간다. 8년이라는 시간은 짧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나의 직업은 연구자다. 솔직히 아직도 "연구자"라는 말은 조금 낯간지럽다. 좀 거창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단지 연구를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지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나도 연구소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연구자(과학자, 공학자)라고 하면 수학 공식들을 거침없이 적으면서 문제를 풀어가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그런 모습도 연구자의 한 단면일 것이다. 수학적 공학적 능력이 뛰어난 연구자는 좋은 공학 연구자는 될 좋은 자질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연구자가 좋은 연구자가될 훌륭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연구는 결국 "논문"이라는 글쓰기 형태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연구도 글로 잘 정리하지 않으면 논문이 되지 못한다. 내가 대학원 시절 후배들에게 자주 말했던 속담 구절이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좋은 연구 결과도 잘 꿰어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은 결과들도 그것들을 잘 해석해서 엮으면 훌륭한 논문이 될 수 있다. 내가 만나본 유명한 연구자들은 대부분 글을 쓰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그리고 글쓰기를 진심으로 즐긴다. 결국 연구자라는 직업은 또 다른 형태의 작가다. 글의 소재가 연구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작가와 다른 점일 뿐이다. 


"나는 글을 못쓰니까 연구자를 하면 안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걱정하실 필요 없다. 다행히도 연구자에게 필요한 글쓰기 능력은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는 문학적인 재능처럼 타고나는 것이 아닌, 반복 훈련을 통해서 충분히 능력을 키울수 있는 기술적인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이가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나는 글쓰는 일을 평생 즐기면서 살 수 있는가?"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연구자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