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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노트

[생각 노트 06] 서울이 싱가포르에서 정말 배워야할 것들

싱가포르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과는 다른 몇가지 모습들이 보인다. 그 중 하나는 휠체어를 탄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대중 교통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이 조그만 도시 국가에도 이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들과 잠시 서울로 돌아 왔을 때, 이것이 장애인이 많고 적음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딸 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다닐 때였는데, 서울 지하철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이렇게 힘들 일인 줄은 몰랐다. 싱가포르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게 너무 편하다. 인도 폭도 넓고, 건물입구에는 경사로가 잘 계획되어 있어서 유모차에서 내릴 일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에서 엘레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것조차 일이다. 어떻게 숨겨 놓았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애기를 업고 유모차를 들고 높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기 일 수 였다. 더구나 엘레베이터도 작아 유모차가 들어가면 다른 분들이 탈 수 없는 난처한 상황도 벌어지곤 했다. 서로에게 미안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전에 가족 여행차 방문했던 말레이시아 페낭은 더욱 최악이었다. 포장이 울퉁불퉁한 인도는 좁았고, 차들이 버젓이 인도에 주차되어 있었다. 도저히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없는 도보 환경이었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이 도시에서 아기나  장애인은 사람이 아니다." 한국 도시는 이 결론에서 예외일까?  

 

싱가포르는 모든 구성원이 도시 공공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게 도시 공간을 세심히 설계했다. 물론 장애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불편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불편이 바깥 출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 도시 공원이라는 별명에서 볼 수 있듯이 싱가포르에 살면 누구나 공원과 공공 놀이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예전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에 살었던 적이 있다. 집값이 일반 아파트보다 쌌기 때문에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30대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우리를 포함해서 이 나이 때 부부들이 그렇듯, 갓난 아기 부터 대여섯 살 아이들까지 동네가 아이들 소리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너무 부족했다. 수많은 세대가 사는 동네에 놀이터가 하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려면 줄을 서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는 그 풍경이 익숙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사는 동안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딜 가든 공원이 있고 놀이터가 있었다. 싱가포르 사람들의 대부분이 HDB라는 국가 임대 공공 주택에서 사는데, 단지 계획에서 놀이터나 쉼터 같은 커뮤니티 공간 설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사회적 약자라도 최소한의 도시 공공공간을 누리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아이를 키우는데 정말 좋은 환경이다. 남녀노소 일반인부터 장애인까지 도시 모든 구성원을 배려하는 공간. 이것이  한국의 도시들이 싱가포르로부터 정말 배워야 할 부분이다. 화려한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그 도시의 전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