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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노트

[생각 노트 02] 우리의 일상 속에서 내면화된 자본화


예전에 어느 대중 사회과학서를 읽다가 어떤 한 문장을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 나지는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국 우리의 계급은 하나다. 그것은 자본가이다."라는 단순한 문장이었던 것 같다. 보통 사회과학서에서는 현대의 사회 계급을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계급이 하나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이어지는 글을 읽어보니 그 문장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글쓴이가 보기에는 현대인들은 모두 "내면화된 자본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계산하여 그것에 따라 서열을 매긴다. 또 그것을 위해서 남을 착취하는 일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카드회사 광고 카피 "부자되세요!"가 사회적으로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민낯이다. 모두가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이 말은 곧 모두 자본가가 되기를 원하다는 말과 같다.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 가정부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80만원 정도)으로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가정부들은 대부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싱가포르과 비교하면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 수준이 많이 뒤쳐져 있기 때문에 그 정도 가격에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는 맞벌이 가정의 육아문제나 가사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출근 길에 가정부들이 마트에서 아침 일찍 장을 보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계속 저 외국인 가정부들을 싼 가격에 고용하려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하면 안될텐데..." 이 생각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이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윤리적인 차원에서 바라 보았을 때 이것이 정말 바람직한 생각일까? 


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자본가도 만약 사람의 가치를 체취가 지워진 숫자로만 바라본다면, "직장인들이 계속 못살았으면 좋겠다. 다른 생각 못하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자본가 만큼 많은 돈이 없다고 해서 자본가가 아닌 것은 아니다. 요즘들어 "결국 우리의 계급은 하나다."라는 문장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