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원에 입학하고 한번도 시간적으로 여유로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 시간에 쫒겼지만 성과는 생각보다 미진했습니다. 그때는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연구실 스케줄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제가 생산적이지 못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시스템에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싱가포르 해외 포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한국에서 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졌습니다. 여기서는 나의 생산성 문제에 대해서 시스템을 탓할 수 없었습니다. 챙겨야할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일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방법을 몰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자기 개발서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뻔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왠지 달랐습니다. 저자 크리스 베일리는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는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기 때문입니다. 실제 실험을 바탕으로 쓴 책. 일반인에게는 돌아이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가 수행했던 생산성 실험들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고, 또 TED 강연을 통해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유명인사가 되는 것이 저자의 목표는 아니었겠지만 결국 이래 저래 성공한 것 입니다.
그가 이 책 내내 주장하는 생산성의 개념은 얼마나 많은 시간 투입 했느냐가 아닙니다. 얼마나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느냐의 문제입니다. 현대 사회가 노동 중심 경제에서 지식 중심 경제로 넘어가는 맥락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장시간에 걸쳐 일을 하거나 어떤 업무를 처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통상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신호가 아니다. 이건 에너지와 주의력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연구 계획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그리고 그 결과를 논문이나 보고서의 형태로 만드는 일을 주로 합니다. 저는 이런 형태의 일은 시간을 많이 잡고 있는다고 성과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Work hard가 아니라 Think hard입니다. 저자는 "주 90시간을 일했을 때 성취한 것이 20시간 일했을 때보다 고작 쥐꼬리만큼 많을 뿐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즉,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주의력을 같은 시간에 할애했는가가 생산성의 척도인 것입니다.
책 내용의 요약은 다음 목차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서문_ 시간, 집중력, 에너지 관리로 더 많은 것 성취하기
1장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가
01. 스마트한 삶을 위한 의미 부여하기
02. 가장 영향력 있는 일 가려내기
03. 하루에 딱 세 가지 해내기
04.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 파악하기
2장 시간을 갉아먹는 유혹의 씨앗
05. 거들떠보기 싫은 일과 친해지기
06.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 쓰기
07. 매일 규칙적으로 인터넷 차단하기
3장 오래 일하지 마라
08. ‘나인 투 파이브’에서 벗어나기
09. 주 20시간 일하고 행복하게 살기
10. 메이커 스케줄인가, 매니저 스케줄인가
11. 허드렛일 한꺼번에 해치우기
4장 사유의 공간 비우기
12. 영향력 낮은 일 단순화하기
13. 보조 업무에 집중하는 빈도 낮추기
14. 시간 가치가 낮은 일 위임하기
5장 마음의 고요 찾기
15. 할 일 목록 만들기와 머릿속 비우기
16.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관찰하기
17. 생각이 방랑하는 시간 갖기
6장 주의력 근육 단련하기
18. 속도를 늦추고 의식적으로 일하기
19. 디지털 단식하기
20. 한 번에 한 가지만 하기
21. 마음챙김과 명상을 일상화하기
7장 에너지 재충전하기
22. 작은 변화로 식습관 개선하기
23. 에너지를 위해 마시기
24. 운동으로 뇌 기능 키우기
25. 잠자리에 드는 시간 통제하기
8장 프로젝트를 마치며
26.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기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제시하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들을 내 업무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1. 하루 세가지 해야하는 일 설정하기
2.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개인적으로 아침)에 중요한 일을 하기
2. 에너지 최적 사용을 위해 커피를 조절해서 마시기
3. 생각이 방랑하는 시간 갖기
4. 디지털 단식하기
제가 느끼기에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제가 얻게 된 것은 "생산성 향상"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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