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좋아합니다. 이전에도 이 책에 대한 리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문득 문득 이 책의 내용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만큼 저에겐 의미있는 책이라는 것이겠죠. 이 책의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필드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세계 수학계에 큰 학술적 기여를 한 수학자입니다. 소위 천재라고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지요. 그런데 그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본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함입니다. 그리고 그가 가진 평범함으로 어떻게 이러한 학문적 성과를 이루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일생동안 소름이 끼칠 정도의 천재들을 여럿 만났지만 한번도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바로 체념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체념의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은 보통 머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천재들만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하는 것이 바로 체념의 기술의 핵심입니다. 체념이라는 단어는 마치 루저(Loser)의 변명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 "체념"을 "기술"로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체념한다고 해서 모두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목표를 확실히 잡으면서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질투심이 안 생긴다. 그리고 남을 질투하는 마음이 없으면 자기의 정신 에너지가 조금도 소모되는 일 없고 판단력도 둔해지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창조로 이어져갈 것이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은 열등감으로 가득찬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특목고에 진학하였고, 성적은 중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그 당시 저를 정말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열등감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못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은 견디기 힘든 감정이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왜 내 친구들보다 못할까?" "나는 해도 안되는 것일까?"하는 생각만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공부에는 집중이 안되고 성적은 더 떨어졌습니다. 그 때 읽은 책이 바로 학문의 즐거움입니다. 저는 체념의 기술을 마음 속으로 익혔습니다.
얼마 전 김어준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잠깐 들은 적이 있습니다. 김어준은 "우월감과 열등감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같은 감정"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느꼈던 열등감은 사실상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다는 감정선 또는 욕망선 상의 다른 끝에 있었을 뿐입니다. 우월감과 열등감이라는 감정은 비교 우위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때의 저는 스스로를 학업 성적이라는 기준으로 남들과 비교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입니다. 김어준은 "자존감"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자존감이란 "상대와 나를 분리해서 내 자산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내 개인의 가치를 아는 마음"으로 정의합니다. 때문에 자존감은 "나보다 나은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점을 인정하되 그 사실이 결코 열등감으로 되돌아 오지 않습니다." 저는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나 스스로를 긍정하는 마음의 상태"를 자존감이 높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체념의 기술의 핵심"은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존감은 삶의 행복감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문(연구)을 하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학문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많은 밥벌이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도 많고 잘나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분야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다른 연구자와 저를 성공이라는 잣대로 또는 능력이라는 잣대로 비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태도이고 그리고 그것을 긍정하는 자존감이라고 이제는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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